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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9.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작성일 18-12-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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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안강 조회 152,5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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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나 경칩에 물풀리니 합강정 뗏목이 떠내려 오네.』 방동리(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사는 노인들은 막걸리라도 한잔 들이켜면 곧잘 구수한 인제 뗏목아리랑 한구절을 읊조린다.
육로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나무를 서울까지 나르는 방법은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나무가 많던 강원도 인제.정선과 두만강지역이 그랬다.
이런 곳에서는 노래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길게는 1주일씩 걸리는 물길에서 뗏목꾼들이 지루함을 달래고 흥을 돋우기 위해서 였다.인제 뗏목아리랑은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부르는 사이에 만들어졌다. 뗏목을 이용해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세가지를 갖춰야 한다.먼저 근처에 좋은 나무가 있어야 하고,큰 나무도 띄울만큼 충분히 넓은 계곡,그리고 계곡물과 계곡물이 합치는 곳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방동리는 적합했다.
방동리 근처에 있는 방태산에는 황장목(黃長木)이 많았고 마을을 가로질러 방태천이 흘렀다.내린천 줄기인 방태천은 얼마 흐르지 않아 원통 근처 합강리에서 인북천과 합류한다.
황장목은 절이나 집을 지을 때 대들보로 쓰이는 크고 누런 소나무를 말한다.방동리 황장목은 크고 실해 옛날부터 유명했다.스무자(1자=30.3㎝)짜리도 예사로 났다.
인제문화원 이만철 국장은 『조선시대 이 지역의 황장목이 마구 베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황장금표(黃長禁標)를 지정해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이곳 나무는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나무를 베어 강가까지 운반하는 작업은 겨울철에 한다.산에 쌓인 눈이 윤활유 작용을 해 산에서 끌어내리기 쉬웠기 때문이다.
큰 나무는 40~50여명이 줄을 묶어 끌어내리거나 4~5명이 소를 이용해 끌기도 했다.나무는 일단 방태천가에 쌓아두었다.그러다 날씨가 풀려 물이 불면 나무를 물에 띄운다.뗏목을 엮는 곳은 인제군 동쪽과 북쪽에서 흘러오는 내린천과 인북천 합류지점인 인제읍 합강리 강변 모래사장이었다.이곳에서 낱개로 흘러 내려오는 원목을 뗏목으로 엮어 소양강 줄 기를 따라 양구.춘천까지 운반했다.
이어 북한강 줄기를 따라 양평을 경유,서울 뚝섬이나 마포 강나루까지 운반했다.
『그때는 좋았지.목상(木商).나무꾼.적심꾼들이 마을에 들끓고 이들에게 밥을 해주는 아낙네들도 많았어.5일장까지 섰으니 말야.』 방동리 토박이 용석주(69)씨는 방동리의 좋았던 시절을 또렷히 기억했다.방동리의 좋았던 시절은 강에 댐이 생기면서 사라졌다.댐으로 인해 수로가 막히면서 더이상 뗏목을 이용한 나무운반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수 백호에 달했던 집이 90여호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방동리는 강원도의 「먹거리」로 다시 한번 잘사는 마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부터 당귀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는 무말랭이 가공공장을 세울 예정이다.마을 옆 에덴동산에서 하는 찰옥수수범벅 가공공장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찰옥수수범벅은 강원도 특산물인 찰옥수수에 콩.밤.고구마를 섞어 만든 일종의 영양식이다.
옛날 황장목으로 번성했던 방동리는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떨쳐버리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이장댁 (0345)461-5677.

  볼거리 먹거리
방동리는 방동약수가 유명하다.
3백여년전 심마니들이 발견했다.탄산수인데다 철분이 함유돼 있어 소화불량.위장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수맛 못지 않게 근처 계곡이 빼어나다.방동약수를 가려면 현리에서 방동행 버스를 타면 된다.
근처의 방태산 자연휴양림도 가볼만 하다.
점봉산 산초갈비집((0365)461-6883)이 유명하다.소.돼지고기에 칡.더덕 등 여덟가지와 감초.천궁 등 열가지 한약재를 적절히 섞어 요리한다.
고기가 연하고 술을 마셔도 술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는 생갈비.백갈비.흑갈비 세가지를 판매하는데 버무리는 양념에 따라 고기 색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술은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양미주(12도).금향주(45도).송설주(60도) 등 세가지가 있다.
간촌막국수(461-0419).오류동막국수(461-1948)등도 방동리 이장이 추천하는 음식점.

  <산사람>인제군 방동리-이일용씨
『어떨땐 목숨을 걸어야 했어.장마철에 물길이 세지면 엄청난 크기의 황장목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거든.나무가 바위에라도 걸리면 물살을 헤치고 들어가 옮겨야 했어.운나쁘면 물에 떠내려 가기도 하고 나무에 받혀 크게 다치기도 했지.』 이일용(80)씨는 방동리에서 유일하게 남은 「적심꾼」이다.적심꾼은 나무를 물에서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나무꾼과 뗏목꾼 사이에서 나무를 강가로 운반한 뒤 이를 물위에 띄우고 이를 합강리에서 수거해 뗏목으로 묶는 과정이 모두 적심꾼 몫이다.
위험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이일을 주로 맡았고 노임도 많았다.목숨까지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李씨는 20대초반 방동리에서 몇 년간 적심꾼으로 일했다.李씨는 당시 동네처녀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李씨는 적심꾼을 그만둔 뒤 농사일을 비롯해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적심꾼 시절처럼 흥이 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직도 적심꾼 시절을 그리워하는 李씨는 어느새 방동리에서 원로가 됐다.그래서 서낭당에서 산제나 기우제를 지낼 때 제주는 李씨 몫이다.
李씨는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곧잘 눈을 지그시 감고 흥얼거리곤 한다.마치 눈에는 방태천에 떠내려가는 황장목이 보이고,귀에는 뗏목아리랑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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